글모음/우리가족

오늘은 급여일, 그리고 아이들과 보낸 보리고개 이야기

에드시인 2010. 7. 21. 20:38

저녁 8시 15분, 이제 슬슬 퇴근하려고 합니다.

많은 분들께서 (특히 저와 같은 IT 업계에 몸 담으신 분들은) 뭐 이렇게 일찍 퇴근하냐고 물으시겠죠.. : )
제가 다니고 있는 회사는 8시 출근입니다. 거리의 혼잡도를 생각해서 30분 먼저 회사에 도착하니 7:30 출근이죠.
그래서 집에서는 6:20분에는 나서야 안전합니다. 그럼, 제가 지금 야근을 하고 퇴근 하는건 맞죠? ㅋㅋ

오늘은 급여일이네요.
어제까지는 '보리고개'였던 관계로 통장에 잔고가 한푼도 없었습니다. (정말로 ㅠ.ㅠ)

그래서 지난 일요일 오후, 아이들이 수영장에 가고 싶다고 하는데, 당장 엄마 아빠 주머니엔 돈이 없었지요.
그런데 마침 토요일에 시골 할아버지 할머니를 만나고 온 관계로, 아이들 용돈이 둘이 합쳐 2만원이 있었지요.
그래서 나중에 엄마 아빠가 돌려줄께 그 돈으로 수영장엘 가자고 했습니다.
당연히 아이들 돈을 쓰는 것은 아니니까 아이들은 수락을 하였고, 저와 두 딸은 자전거를 타고 수영장을 향했습니다.
문을 나서는 중에 아내가 부탁을 하더군요. 집에 치약이 떨어졌으니 오다가 좀 사오라고요.

수영장에서 아이들 4천원 + 아빠 5천원, 이렇게 9천원을 쓰고, 수영장을 나와서 아이스크림 사달라고 하길래
제꺼까지 4천원 더 쓰고, 그래서 7천원이 수중에 남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오는 중에, 후라이드 치킨 가게에서 수북히 쌓인 튀김 닭을 먹고 있는 사람들을
아이들이 본 것입니다.
사달라고 직접 말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눈치를 살피며 저는 조심스럽게 제안을 했습니다.

"치킨 먹고 싶지?"

"응 !!!"

"그런데 지금 우리 집에 치약이 없으니 치약은 반드시 사야하고, 그렇게 하면 남는 돈은 전혀 없는데,
아까 너희들 통장 자랑할 때 들어보니 돈이 이렇게 있더라. 진현이는 246,000원 진욱이는 204,000원,
그래서, 아빠가 제안을 하는 건데, 진현이 6천원과 진욱이 4천원을 찾아서 모으면 만원이 되고,
아빠 주머니 돈에서 치약 6천원을 사면 천원이 남으니, 그 두개를 합하면 11,000원이 되어서 치킨 한마리 사먹을 수 있잖아, 어때?"

우리 동네 '하프**' 가게는 11,000원에 양념후라이드를 살 수 있습니다. 포장을 하면 말이죠.
이 아빠의 제안에 아이들은 대 찬성이었습니다.

그래서 치약을 사들고 집에 와서 아내에게 이 제안을 설명하였더니, 아주 좋은 결정을 내렸다고 하면서
그러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아내도 좀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요.
아내는 술을 너무나 좋아 하는 사람인데.. (솔직히 '주당'입니다. ^^;;;) 생맥주가 없다는 것이었죠.

"기왕 너희들이 돈을 좀 쓰는 건데 엄마 생맥주 사주면 안될까?"

하고 묻는 엄마에게, 아이들은 단칼에 대답을 하더군요.

"술은 안 되 !! 우리 돈으로 술은 못 사줘 !!! 히히히히~"

우리 가족 모두는 그냥 웃고만 말았지요.

잠시 후 포장해서 사온 닭 한마리를 게눈 감추 듯 먹어 치우고는 아쉬움을 달래고 말았습니다.
우리 가족은 이제 닭 한마리가 간에 기별도 안 가는 양이 되어 버렸거든요. 참고로 우리 아이들은 11살 9살 입니다.

오늘 아침 출근 때, 아내가 오늘은 급여일이니 밤에 후라이드 치킨에 맥주 한잔 하자고 했습니다.
저도 야근 없이 일찍 가서 저녁 겸 먹으려 했는데, 많이 늦었네요.
지금이라도 빨리 가서 가족들과 즐겁고 맛있는 시간을 보내야 겠습니다.

이 글 쓰느라 15분이 더 지났네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