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난 주부터 아이들이 갑자기 분주해졌습니다.
다니고 있는 피아노 학원에서 연습하던 바이올린을 다들 집에 가지고 온 것입니다.
다름 아닌 이번 주 주말에 있을 학예회 발표에 특별히 뭐 할게 없어서, 개인 바이올린 독주를 신청한 모양입니다.
첫째 진현이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주제곡 '인생의 회전목마'를 하기로 했고, 둘째 진욱이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주제곡 '언제나 몇번이라도'를 하기로 했답니다.
사실, 이번 주 주말은 회사 직원의 결혼식이 있어서 지방에 내려가기로 했었는데, 그래서 학예회를 못 보러간다고 했더니 아이들이 많이 아쉬워 하더군요. 그런데 직원 결혼식에 너무 많은 인원이 가면 차비나 경비 이런게 뭐 부담이 될까봐, 몇명 대표단만 내려보내기로 하고, 저는 아이들의 학예회 핑계를 대며 결혼식에는 빠지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주 금요일에 이런 결정을 아내에게 얘기해주며 아이들 학예회에 갈 수 있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가지 생각 난 것이, 아이들의 바이올린 연주에 반주를 내가 기타로 해주는 것을 어떨까 였습니다.
아내는 대 찬성이었습니다. 물론 아이들은 좋아라 난리가 났지요.
아이들만의 학예회에 부모가 같이 한다는 것이 좀 이상하지 않을까 싶어 담임선생님께도 물어보았더니 흥쾌히 좋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반주 연습을 저도 같이 시작하였습니다.
첫째의 곡은 왈츠인데다가 너무 빠른 곡이기도 하고, 코드가 정말 많습니다. 그것도 거의 다 하이포지션 코드들이요. ㅠ.ㅠ
아이는 이제 거의 다 외워서 쉽게쉽게 연주를 하는데 (물론 바이올린 음색은 꽝입니다. 둘째보다 낫긴 하지만요. ^^;;; )
저는 아직 코드도 다 못외웠고 워낙 빠르게 운지를 하다보니 제 손에 쥐가 다 나고 있습니다.
둘째의 곡도 왈츠이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느린 곡이고 대중가요에서 사용하던 일반적인 코드 진행이어서 금방 외우기는 했습니다. 문제는 둘째의 연주 실력이 아직 많이 부족해서 둘 사이를 맞추기가 어려운 상태긴 하지만요.
"누구 학예회를 하는지 모르겠네?"
우리를 보던 아내의 한마디 였습니다. ㅋㅋ
어쨌든 아이들도 아빠와 같이 한다는 것이 즐거워서 몇번씩 반복되는 연습에도 불평없이 열심히 연습하더군요.
그리고 지난 일요일 밤, 둘째의 곡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아이들이 보고싶다고 하여 다같이 보았습니다.
맨 마지막 자막 나오는 부분에서 아이의 연주곡인 '언제나 몇번이라도'가 흐르더군요.
고운 목소리의 여자 가수가 단 한대의 기타 반주로만 이루어진 아름다운 곡이었습니다.
'아~! 이 곡이 기타 반주였구나!!'
그전까지는 그저 약간의 핑거링과 스트럼만으로 반주를 하였는데, 정작 원곡을 듣고나니 원곡대로 반주를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더군요, 그래서 인터넷을 검색하여 반주를 찾고, 원곡은 F인데 둘째가 하고 있는 악보는 C여서, 인터넷에서 찾은 TAB 악보를 조바꿈하여 준비를 하고, 기타에는 카포를 연결하여 아이의 바이올린 key에 맞추고... 어찌어찌하여 아이와 같이 할 수 있는 반주 환경은 만들 수 있었습니다.
밤이 깊고 둘째는 피곤하다며 먼저 잠이 든 시간, 저는 그 기타 반주를 연습하고 있었지요. 그냥 코드만 잡는 것이 아니라, 3/4박자 곡에서 한박자씩 하나하나 음을 튕기는 반주입니다. 그래서 소리를 크고 또렸하게 내야하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하더군요, 물론 각 운지를 외우는 것도 힘든 상태고요.
이렇게 연습을 하고 있는 저의 모습을 보며, 샤워를 하고 나온 첫째가 한마디 합니다.
"우리 셋 중에서 아빠가 제일 열심이야!" : )
아빠가 이렇게 열심히 하면, 아이들도 열심히 하겠죠?
이번 주말이 기다려 집니다. 오늘 밤에도 가서 열심히 연습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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