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모음/넋두리

나무가 되고 싶다.

에드시인 2012. 2. 6. 22:38
굳이 겨울이라고 하지 않아도 겨울의 느낌을 물씬 주고 있는 저 나무는 삼척 밑에 있는 근덕이란 마을에서 찍은 것이다.

아마도 감나무 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 여름엔 무성한 나뭇잎으로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었던 나무가, 겨울이 되자 나무라는 느낌 보다는 하나의 조형물처럼 느껴지고 있다.
그래도 앙상하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아직도 강인한 힘이 저 가지속에 가득 담겨있다고 느껴진다. 마치 여름을 기다렸다가 한꺼번에 펼치려 하는, 수많은 기백들을 잔뜩 머금고 있는 듯.

저 나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내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은 하고 있을까? 지나 온 일들이나 내일의 일들에 대하서 고민은 하고 있을까? 우습군.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이...

그래 나무는 그저 나무다. 또한 그 누구도 그 속을 알 수 없을 것이다. 왜냐면, 나무도 자기가 어떤 존재인지 모를텐데 남이 그걸 어떻게 알리오.

왜 사람은 생각을 하며 살아야 하는 것인가? 왜 남의 생각을 알려고 하고, 또 내 생각을 알리려고 하는가? 그러다가 서로 상처주기 바쁘면서...

고 김광석님의 '나무'라는 노래에서는 나무가 스스로를 한결같은 존재로 여기고 하늘을 찌르기 위해 꾸준한 삶을 살아가는 존재라고 노래했었다. 그래, 그 표현도 참 좋았다.

하지만, 내가 사진기의 틀을 통해 담은 저 나무에게서는 침묵이 느껴진다. 무념의 시간 속에서 그저 세월을 흘려보내는 그런 존재로 말이다.

오늘은 김광석님의 나무보다는 저 나무가 더 좋다. 내 사진기의 틀 속에 들어온 저 나무처럼 되고 싶다. 그렇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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