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설악산 가을 산행 (2015)

설악산 가을 산행 - 첫째 날

에드시인 2015. 10. 16. 09:00

둘째 딸 진욱이와 단 둘이서 설악산 가을 산행을 다녀 왔습니다.

첫째 진현이는 입시를 앞두고 있어서 준비에 여념이 없는 이유로 덩달아 엄마까지 산행에 동행하지 못하고, 우리를 부러워 하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미안~)

아침 6시에 동서울 터미널을 출발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 안양에서 새벽 5시 첫 시내버스를 타고 사당에서 내려 택시로 동서울까지 이동하였습니다. 이윽고 속초행 고속버스에 몸을 싣고 2시간여 달려 간 후, 백담사 버스정류장에서 내렸습니다. 도보로 20여분 이동하여 백담사까지 운행하는 마을버스로 옮겨타고 백담사에 도착, 본격적인 산행은 9시부터 시작하였습니다.

이번 산행 코스는 다음과 같이 계획을 세웠었습니다.

백담사 -> 영시암 -> 오세암 -> 봉정암 -> 소청 -> 중청 -> 대청봉 -> 희운각대피소에서 1박 -> 양폭대피소 -> 비선대 -> 설악동으로 내려 오는, 설악산 등상코스 중에서도 쉽지 않은 코스로 잡았습니다.

나중에 이야기 하겠지만 예상대로 쉽지 않은 산행코스여서 희운각 대피소에 들어가는 시간이 부족하게 되어 부득이 대청봉 정상에는 오르지 못하고 소청에서 바로 희운각으로 향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시간 만에 14 km 정도를 돌파해야 하는, 꽤나 힘든 산행을 하였습니다. 예전에 지리산 산행에서도 평균 12 km 정도를 10~12시간 정도로 산행을 해었는데, 그보다 먼 거리를 더 빠르게 산행을 한 경우라서 진욱이도 힘들었고 저도 결코 만만하게 느껴지지 않는 코스였습니다.

 

백담사로 들어서는 다리위에서 찍은 사찰의 전경입니다. 생각보다 백담사가 꽤 규모가 있더군요. 역사적으로도 유명인(?)이나 사건이 얽힌 절이어서 그런지 좀 위화감이 느껴지더군요.

 

개울 주변의 돌들로 쌓아 놓은 돌탑들이 아주 장관입니다. 자연도 대단하지만 이런 걸 보면 사람도 대단해 보입니다.

 

그 개울 주위의 백담사 담장으로 넘쳐나는 단풍들이 이번 산행의 단풍 맛 뵈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개울 가운데에도 돌탑을...

 

백담사에서 영시암까지의 코스는 아주 평탄합니다. 그냥 산책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쉬운 코스입니다. 단풍들이 흐드러지게 번져 있습니다.

 

개울의 물도 진한 초록을 뿜어내고 그 빗깔이 단풍들 사이로 전달되어 옵니다.

 

햇빛을 투과한 단풍도..

 

햇빛에 반사된 단풍도...

 

그늘속의 단풍도 모두들 강렬합니다.

 

한시간여 산행으로 영시암에 도착하였습니다. 영시암은 매우 작은 암자로 분위기는 매우 조용합니다. 이후로 이어지는 수렴동 코스나 오세암 코스는 본격적으로 산행이 시작되므로 이곳까지만 산책 삼아 산행을 하러 오신 분들도 많습니다.

 

영시암을 벗어나 곧 나타난 오세암으로 코스를 잡는 갈림길 입니다. 이곳부터 쉽지 않은.. 아니, 꽤나 어려운 산행이 시작된다는 것을 알지 못한 채 갈림길을 넘어 섭니다.

 

영시암까지는 개울을 따라 걸었지만 이곳부터는 계곡 깊이 들어가는 코스여서, 매우 습하면서 조용한 느낌으로 걸을 수 있었습니다. 오가는 사람들도 그리 많지 않았고요

 

계곡이어서 그런지 단풍이 많지 않습니다. 푸근한 느낌이 계속 됩니다.

 

걷고 또 걷고... 영시암까지 보다는 좀 더 어려운 코스지만 아주 힘들다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오세암으로 들어서는 골짜기에 올라섰습니다. 같이 산행을 하시던 아저씨께서 한장 찍어 주셨습니다. 중학생 1학년 진욱이를 대학생으로 착각하셔서 이런 저런 말씀을 해주셨던 것이 아주 즐거웠습니다. 산행을 자주하면 피부가 고와진다거나 공부를 잘하게 된다는.... ㅋㅋ. 고맙습니다.

 

오세암에 도착하였습니다. 영시암보다는 규모가 있습니다.

 

뒤에 보이는 산세가 바위들과 같이 어울려져서 멋진 풍광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이제 봉정암으로 향합니다. 단풍이 엄청납니다. 이번 2015년 설악산 단풍 절정은 이번 주말 정도라는 기상예보가 있어서 이 날짜를 택하고 온 것인데 아주 잘 맞은 것 같습니다. 산행 내내 눈이 아주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오세암부터 봉정암까지의 코스가 그렇게 쉽지 않습니다. 산세도 험하고 계속 오르내리고... 그렇게 힘을 들이고도 또 소청-중정-대청에 이르는 구간을 계속 가파르게 올라야 하는 과정입니다.

 

가끔씩 나오는 평지는 고된 산행에 잠시 휴식을 줍니다.

 

아무리 산행이 힘들지만 그래도 멋진 경치에 즐거워하며 애써 웃음, 웃음.

 

계곡과 바위들...

 

이제 꽤나 해발이 높아졌습니다. 봉정암이 가까워져 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지난 온 계곡들이 담긴 산의 모습니다.

 

봉정암에 들어서는 마지막 고개에 올라섰습니다. 방금까지의 코스가 너무 힘들어서 가다 쉬다를 반복하고, 힘든 발을 한걸음 한걸을 옮겨서 드디어 봉정암에 도착한 것입니다. 진욱이도 찡했도 저도 찡했습니다.

 

저 밑에 봉정암이 보이고 저 위에 중청이 보입니다.

 

봉정암에도 단풍은 붉게 물들어 있습니다.

 

봉정암은 암자라고 하기에는 좀 큰편이더군요. 사람들도 많았고요. 
원래 목표는 봉정암에서 점심을 해 먹으려 했는데, 이곳에서는 취사가 허용되지 않아서 쉬지도 못하고 부랴부랴 소청 대피소를 향해 다시 가파른 오르막을 올랐습니다.

 

드디어 소청대피소에 도착하였습니다. 아침을 9시경에 먹고 중간에 찹쌀떡 하나로 간식을 먹은 이후로 이곳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4시... 배가 많이 고프기도 했습니다. 중간중간에 간식을 좀 더 먹었어야 했는데 시간을 맞춰 가야 하다보니 솔직히 여유롭게 쉴시간도 없더군요. 약간 무리한 계획과 에상치 못한 힘들 산행으로 진욱이와 저는 약간 패닉 상태에... ㅋㅋ

 

산 기슭을 타고 오르는 바람이 꽤나 매서웠습니다. 온 몸이 땀이라 그 바람에 체온은 뚝 떨어지고, 두꺼운 옷과 방풍 자켓으로도 충분하지 못하더군요. 역시 이럴 때는 라면이 최고입니다.

 

지금까지 지나 온 내설악이 발아래 펼쳐져 있습니다.

 

힘들지만 꾹 참고 열심히 걷고 있는 대견한 진욱이 입니다.

 

아빠와 셀카~

 

원래 계획이었던 대청봉 정상은 시간 관계상 갈 수 없다고 판단하여 그대로 희운각대피소를 향하기로 했습니다. 5시~6시 사이에 대피소에 들어갈 계획이었는데, 이런 추세라면 소청을 내려가는 도중에 야간 산행이 될 것으로 판단이 되어 더 이상 무리를 할 수 없다는 판단입니다

 

중청과 소청, 그리고 희운각으로 행하는 삼거리에 도착하였습니다. 이번 산행에서 가장 높은 해발이라고 봐야겠군요. 이곳은 대략 해발 1550m로 대청봉이 1708m이니 약 160m 정도 부족한 해발까지 찍고 이제는 하산으로 향합니다.

 

저 멀리 속초 앞바다가 보이며 왼쪽에 울산바위가 보입니다.

 

소청에서 희운각까지는 거리는 길지 않지만 내리막이 장난이 아닌 2시간이 넘는 코스입니다. 오세암-봉점암-소청에 이르는 난코스를 올라와 지친 다리를 이제는 내리막에서 더욱 고생을 시키며 한발한발 내 딛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둘이 함께 라면...ㅋㅋ

 

오후 5시 30분 정도 지나니 곧바로 산속의 어둠이 몰려옵니다. 비상용으로 준비했던 헤드랜턴을 머리에 쓰고 계속해서 아래로 아래로 향합니다.

작년에 온 가족이 설악산을 무박 1일로 넘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가족사진을 찍었던 곳이 보이길래 한 컷 찍었습니다. 좀 무섭죠? ㅋㅋ 이곳 바로 아래가 희운각 대피소입니다.

 

드디어 오늘의 1박 목적지 희운각 대피소에 도착하였습니다. 

대피소 직원으로부터 잠잘 곳을 확인 받은 후 부랴부랴 저녁 준비를 합니다. 메뉴는 참치김치찌개에 베이컨과 짱아찌입니다. 덤으로 다른 산행객께서 나눠주신 닭강정이 놓여져 있습니다. 밥은 좀 설익었지만도 정말 맛있게 게눈 감추듯 먹었습니다. 왜 산행 중에 먹는 밥은 항상 맛있을까요? 고생 속에서의 몇 안되는 낙이라고나 할까요?

 

식사 준비에는 진욱이의 힘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집에서도 진욱이는 식사준비에 솔선수범을 한 탓에 이번 상차림도 척척척.

 

싸그리 비웠습니다. 산에서는 설거지를 하지 않는 것이 상식입니다. 그래서 휴지 등으로 닦아내는 정도로 설거지를 하면서 산행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오늘 식사의 끝은 보시다시피 설거지를 할 필요도 없습니다. 끝내주죠? ㅋㅋ

희운각대피소 취사장의 모습입니다. 밖은 바람이 불어 추운 관계로 그냥 취사장 바닥에 앉아서 밥을 먹었습니다. 전혀 문제 되지 않습니다. ㅋㅋ

산 속에서는 씻지 않고 다니는 것도 상식(?)입니다. 그래서 필요하면 물티슈 같은 것으로 얼굴이나 몇몇 부위만 닦으면서 지냅니다. 부득이 이를 닦아야 한다면 소금으로만 닦는 것이 또 하나의 상식입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산행 중에 발생하는 모든 쓰레기는 모두 들고 다니며 끝까지 가지고 와야합니다. (집에까지!) 아주 당연한 상식입니다.

희운각대피소는 30명 밖에 예약을 받지 않는 아주 작은 대피소입니다. 100여명 이상씩 되는 다른 대피소에 비해서 나름 아늑한 부분이 있습니다. 또 한가지 남여 구분없이 모두 한방에 들어갑니다. 그래서 진욱이랑 같이 잘 수 있어서 진욱이도 안심을 하였습니다.

이렇게 첫날의 산행이 마무리되고 밤 9시에 잠에 듭니다. 피곤함이라고 부를 수 조차 없는 엄청난 피곤함으로 잠에 빠져듭니다.

 

 


[다음 글] https://edsiin.tistory.com/172

 

설악산 가을 산행 - 둘째 날

원래 7시에 일어나기로 진욱이와 이야기를 했었지만, 대청봉 일출을 보고자 하는 산행객들은 이미 4시부터 움직일거라고 예측하였고, 대피소도 공식적으로는 6시에 기상을 시작하므로 이미 새

edsiin.tistory.com

 

 

 

 

 

'여행 > 설악산 가을 산행 (2015)'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악산 가을 산행 - 둘째 날  (0) 2015.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