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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간다"를 보고

에드시인 2003. 8. 28. 03:34

무엇을 건네는 것일까?
작은 화분일 뿐이지만, 남자에게는 그 어떤 의미 보다도 강한 의지가 담긴 화분이다.
할머니의 건강에 좋다며 여자가 선물 해 준 화분은, 물론 돌아가신 할머니에겐 필요 없는 선물이 되고 말았지만, 단지 할머니에게서 필요하지 않은 화분이기에 돌려 주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과거 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에 지금 또 다시 만들어지는 과거를 간직하기 싫어서 일까?
그렇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녹음 tape을 정리하던 중에, 여자의 콧노래가 녹음된 tape을 들으며 과거에 빠져드는 남자... 그리고, 잔잔한 미소...
서로가 가까이 있게 되면서 사랑의 감정이 쌓여가고, 또 사랑을 하면서도 그 사랑이 권태스러워 질 수 있는, 사람들 사이의 너무나 자연스러운 감정들을 담아 낸 영화다.
물론, 나는 소리 전문가는 아니지만 영화 전반에 깔려있는 섬세한 소리들을 무척 좋아하게 되었다. 남자와 여자의 직업상 '소리'라고 하는 매개체를 쫓게 되면서 서로를 사랑하게 되는 설정이었기에, 소리의 역할이 매우 중요 했을런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하여도, 이 영화를 위해 준비된 소리들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들려와서, 영화를 감상하는 내내, 내 마음을 설레게 하였다.

(Yahoo blog에 써 놓았던 예전 글을 옮겨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