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모음/우리가족

고등어? 등푸른 생선?

에드시인 2012. 4. 23. 07:17
둘째 진욱이가 미술학원에서 그린 것이라며 거실 소파위에 스케치북을 펼쳐서 올려 놓았다.



멀리서 그걸 보았을 때 솔직히 조금 놀랬다. '진짜 그림?' 하고 말이다. 가까이 와서 자세히 보니 아이가 그린 그림이 맞았다. 실력이 천재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천재적인 아이들을 주위에서 좀 봐왔던 탓인지, 아직 진욱이는 그러한 반열에 든 실력은 물론 아니란 걸 알고 있다. 그래도...

둘째는 그림 그리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첫째가 음악적으로 소질이 있다는 것에 반(?)하여 둘째는 그런 언니에 질투라도 하듯이 미술적으로 소질이 좀 생기는 것 같다. 사실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소질을 보여주게 되는데, 문제는 부모가 그러한 소질을 어떻게 대해 주고 어떻게 생각해 주며 어떻게 북돋아 주는가가 문제인 것 같다.
나도 돌이켜보면 중고등학교 시절, 공부를 잘해야한다는 막연한 의지가 있었던 것 같다. 누나들만 세명이 있던 막내로써 부모님을 모셔야 한다는 생각에 공부를 잘해 좋은 대학에 좋은 직장을 통해 많은 돈을 벌어야 나도 부모님도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막연한 의지말이다.

그렇지만 공부하는 방법도 잘 모르고 또한 머리도 뒷바침이 안되는 상황에서 그냥저냥의 의지만으론 원하는 수준의 학력이 나오지 않게 되고 당연히 공부는 뒷전이 되어가고, 반대급부인지 공부 이외의 다른 것들, 기타나 피아노 컴퓨터 영화 여행 등등의 의지들이 점점 더 강해져가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도 모든 공부를 때려치고 막상 그런 일에만 전념을 하기엔 여전히 내 발목을 잡았던 것은 정말 그런 것을 한다고 하여도 흔히들 얘기하는 '성공'이란 걸 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이었다. 그러고보니 공부 이외의 다른 분야에 있어서도 내 의지는 그다지 강하지 못했나 보다.

아이의 그림 이야기를 하다가 많이 벗어 난 것 같다. ㅋㅋ. 어릴 때부터 스스로 결연한 의지를 세우고 그걸 이루어 내기가 쉽지만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 부모나 주위의 관심과 북돋움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둘째 진욱이가 다음 주말에는 같이 그림을 그리자고 한다. 그래, 생각해 보니 작년 가을쯤에 아이와 같이 그림을 그리겠다고. 이젤 두개를 산 적이 있었다. '아빠, 그거 사고 한 세번? 네번? 그려봤나 싶어요' 아이의 말에 미안함이 몰려왔다.

다음 주에는 꼭 진욱이와 그림을 그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