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모음/넋두리 42

2012년 지리산에서...

2012년 여름 휴가... 아내의 제안으로 지리산 종주를 했다. 아이들과 다 같이. 운이 좋아야 볼 수 있다는 천왕봉 일출, 그 앞에서 감동을 받지 않을 자 누구일까? 어머니처럼 품는 산이라는 지리산의 별명에 맞게, 거대한 산줄기와 그 속에 담겨진 안개와 구름들... 나도 지리산처럼 다른 이들을 다른 것들을 아무런 조건없이 품을 수 있는 그릇을 가질 수 있을까? 평생의 화두다.

글모음/넋두리 2012.08.06

목요일에 된통 앓았습니다.

거의 죽다 살아났습니다. ㅠㅠ. 39도라는 고열에 시달린다는 것이, 이 정도 일 줄은 정말 몰랐네요. 밤새 환각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 했습니다. 아직도 남은 여진(?)이 있어서, 퉁퉁 부은 편도선도 아직 많이 아프고 기침도 싹 가시질 않았네요. 내일 출근은 어떻게든 할 수 있겠다만, 몸이 말이 아니네요. 나이가 마흔이 넘어가니 참 별의 별 생각이 다 듭니다. 젊을 때는 아무리 아파도 그저 이 시간이 지나면 말짱하게 낫겠거니 하는 생각 뿐이었는데, 이제는 이렇게 아프다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마저도 들더군요. 점점 몸에 대한, 건강에 대한 자신감이 약해져만 가니 걱정입니다. 사회 생활을 하며, 특히 직장생활을 하며 건강을 지키기 위한 활동들이 제약을 받고 있다는 것은, 단지 제 의지가 ..

글모음/넋두리 2012.06.17

혜화동 대학로에서 연극을 보았다.

실로 십수년 만에 혜화동 대학로에 갔다. 아내와 연애를 하던 시절, 늘상 연인들의 필수 코스라고 할 수 있는 대학로였기에 통과의례로 갔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얘기하면 아내에게 혼나겠다. ㅋㅋ) 하여간 그곳에 다시 가게 된 이유는, 온 가족이 연극을 보기 위해서였다. 우투리 1.1이란 연극. 뜬금없이 연극을 보게된 이유는 고등학교 동창이 배우로 나오는 연극이었기 때문이다. 나름 주연급 (주연인가?) 배우로 출연을 하는 연극이라서 내 마음의 느낌도 좀 남달랐다. 십년넘게 한 우물을 파며 열심히 달리던 친구가 이젠 어엿하게 주연 배우로서 무대에 선다는 것에, 나로서도 매우 자랑스러웠기 때문이다. 그 친구는 고등학교 때부터 나이들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마흔 줄을 넘긴 우리 나이에 접어들어 십..

글모음/넋두리 2012.04.28

컵라면에는 왜 이런 모양의 어묵이...

점심에는 사과나 과일 하나로만 때우는 것이 벌써 몇 년 째 접어든 것 같다. 뭐, 여러 가지 이유로 시작한 것이지만 가장 큰 이유는 하루에 세 끼를 먹어야 할 이유가 없어서이다. 요새 사람들의 식습관은 워낙 영양과다라고 느껴져서... 하여간. 그런데, 얼마 전 회사 직원이 집에서 먹지 않는 컵라면들을 사무실의 생수통 옆에 가져다 놓았다. 물을 마시러 오가는 그 길목에서 나의 시선을 끌며 유혹하던 그 라면에게 못 이겨, 어느날 점심에 드디어 그 라면들 중의 하나를 열고 물을 부었다. 그날 점심으로 먹으려 했던 사과를 옆에 밀어놓고 떡하니 주인공의 자리에 앉은 라면... 잠시 후, 뚜껑을 열고 속을 들여다 보니 익숙한 모양의 어묵들이 눈에 띄었다. 색깔도 모양도 당연히 그래야 하는 듯 위풍당당하게 놓여져 있..

글모음/넋두리 2012.04.25

나무가 되고 싶다.

굳이 겨울이라고 하지 않아도 겨울의 느낌을 물씬 주고 있는 저 나무는 삼척 밑에 있는 근덕이란 마을에서 찍은 것이다. 아마도 감나무 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 여름엔 무성한 나뭇잎으로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었던 나무가, 겨울이 되자 나무라는 느낌 보다는 하나의 조형물처럼 느껴지고 있다. 그래도 앙상하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아직도 강인한 힘이 저 가지속에 가득 담겨있다고 느껴진다. 마치 여름을 기다렸다가 한꺼번에 펼치려 하는, 수많은 기백들을 잔뜩 머금고 있는 듯. 저 나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내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은 하고 있을까? 지나 온 일들이나 내일의 일들에 대하서 고민은 하고 있을까? 우습군.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이... 그래 나무는 그저 나무다. 또한 그 누구..

글모음/넋두리 2012.02.06

또 다시 KTX에 올랐다.

여름에도 이 열차에 올랐었다. 지금은 겨울이 무르 익어가는 12월. 또 다시 오른 이 열차는 이젠 다른 이야기를 해주는 것 같다. 지난 6월에 내가 느꼈던, 빠른 그 무엇들이 지금은 어떻게 변했는가를 묻고 있는 듯 하다. 여전히 빠르다. 특히나 올해는 참으로 어려운 해다. 차라리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이 내겐 위로가 될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자신의 뜻 대로 살 수 있는 시간이나 가짓수가 얼마나 될까? 내년도 이젠 바로 앞에 와있다. 반갑다. 빨리 와라. 그리곤 천천히 가자. 나랑 같이 천천히 가자.

글모음/넋두리 2011.12.21

무제

완연한 가을이 왔지만 한 낮의 햇살은 그래도 따스함을 줄 수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는 주말의 오후. 집의 베란다에서 보이는 도시의 풍경. 도시라고 표현하기 보다는 그저 사람들이 많이도 모여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의 풍경. 시골의 모습이 도시에 비하면 무척이나 고요하게 생각되기도 하겠지만, 때론 이러한 도시속에서 더 고요한 혹은 적막함을 느낄 때가 있다.

글모음/넋두리 2011.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