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모음/넋두리

진현이 콩쿨에 대한 학원 선생님과의 대화

에드시인 2014. 9. 3. 18:19
어제 콩쿨은 진현이도 자신감을 얻은 날이기도 했지만 아내와 저 역시도 진현이에 대한 믿음을 확인 한 날이기도 합니다.

다른 친구들보다 늦게 전공 피아노를 시작하였다는 것이 진현이 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에게 부담일 수 밖에 없었고, 진현이 스스로도 공부에 대한 끈을 놓을 수 없다는 생각 때문에 어른에게도 힘든 일정으로 많은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죠.

하지만, 몇차례의 콩쿨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얻게되고, 최근에는 진현이와 엄마아빠와의 트러블을 통해 많은 심적 부담을 느끼고 있었던 상황이어서, 어제 콩쿨에 임하는 진현이는 아마도 그동안 살아왔던 15년의 삶 중에서 가장 힘든 날이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작은 트러블이 있었던 날, 저는 진현이게 아빠의 의지를 들려주었습니다. 아내는 달랐겠지만 저의 생각은.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으니 더 열심히 해서 그들보다 실력을 높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예술고등학교를 목표로 삼았으면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데, 만약 예고에서 떨어지면 일반고에서 피아노 전공을 하겠다는 생각은 버리라고요. 그렇게 뒷바라지 할 경제적인 상황도 아니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콩쿨 결과에 대한 아빠의 판단이 매우 중요할 거라는, 약간은 경고성의 말을 몇 주 전에 이미 했던 때였습니다.

그러니 진현이가 안고 있었던 심적 부담이 결코 가벼울 수 없었던 상태에서, 콩쿨 대회장으로 들어가기 바로 전, 아빠의 얼굴을 한번 보고 나서 덤덤히 무대 뒤로 발걸음을 옮기는 뒷 모습을 보며, 내가 너무 심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집으로 와서 진현이에게 물어 본 것이 있었습니다. 701번 친구의 연주가 진행되는 동안, 무대 위 의자에 앉아 기다리면서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를요. 선생님께서 조언하신 건반을 꾹꾹 누르라는 얘기를 되새기며, 관중석에서 엄마 아빠를 찾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연주를 앞두고 긴장되고 떨리는 상황에 대한 안정감을, 그런 심한 이야기를 했던 아빠에게서도 찾으려 했으니, 진현이도 참 절박했던 모양입니다.

아내와 저는 사실 피아노 전공에 있어서는 문외한인데다가 경제적으로도 녹록치 않고 그러다 보니 조바심도 나고 있던 상황에, 얼마 전 진현이의 아주 작은 일탈(?)까지 겹쳐지면서, 진현이 전공이나
능력에 대한 저의 믿음이 조금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이번을 비롯한 그 동안의 콩쿨을 접하면서 솔직한 제 느낌은, 소리도 작아 보여, 파워도 없어 보여, 감정도 실리지 않는 것 같아, 자신감도 부족해 보이고, 스스로도 많이 틀렸다고 하고, 다른 아이들과 너무 비교되는 것 같고, 이러한 느낌속에서 이번 진현이의 연주를 보고 있자니 제 마음속도 편하지는 않았습니다.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가는 것이 필요하니 특상이라도 받았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 뿐이었고요. 그래서 였는지 처음 특상 발표에서 진현이의 번호가 나오지 않았을 때, '아~ 그래 다른 아이들이 참 잘했지. 진현이는 아직 더 연습과 노력이 필요한가 보다.' 라고 생각을 하고 이미 마음을 접고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심지어는 심사위원의 평가가 지적하는 그 하나하나가 진현이에게 해당하는 것은 아닐까 하며, 어떻게 진현이를 이끌어 가야 할 지 좀 막막하기도 했었고요.
하지만, 뜻하지 않은 준대상 발표에서 진현이의 이름이 불리우고, 진현이 조차도 어리둥절 한 상태였으니 저를 비롯한 우리 가족 모두가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아마도 선생님들께서는 진현이의 실력과 다른 참가자들의 실력을 비교하셔서 어느 정도 입상에 대한 확신이 있으셨겠지만, 저희는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 였습니다.

바로 이 부분이 아내와 저에게는 가장 부족한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희는 진현이의 실력을 정확히 알지 못했던 것입니다. 바로 비전문가의 시선이라는 거겠죠. 그 동안의 콩쿨도 자세히 곱씹어 보면 진현이가 무대에서의 떨림을 극복하지 못해서 입상을 하지 못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초지일관 선생님들께서는 진현이의 능력과 실력을 우리에게 설명해주시고 안심을 시켜주셨었지만, 그것을 결과로써만 인정 하려고 했던 제가 참 무지했었다는 생각입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진현이가 많은 자신감을 얻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자만이 아닌 자신감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내와 저도 진현이를 믿고 지원해 줄 수 있는 계기가 된 듯 합니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시간도 많이 부족하고요. 진현이를 비롯한 우리 가족 모두와 선생님들의 지혜를 통해서 어려움들을 극복해 나갔으면 합니다.

글을 쓰다보니 길어 졌습니다. 자정을 넘기고 말아서 콩쿨이 어제가 아니라 그저께가 되었네요. 우리 가족을 찡하게 만들었던 그 날의 감동이 아직도 가슴에 남은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선생님들께 정말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런 벅찬 감동을 준 진현이에게도 고맙다고 하고 싶네요.

레슨 선생님께도 전해주셨으면 합니다. 밤이 늦었네요. 안녕히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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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람 소리에 눈을 떠보니 와있는 장문의 카톡...깜짝 놀랐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받아본 기~~인 글이어서^^~읽으면서 내내 기분이 좋았습니다. 딸에대한 애정이 듬뿍 담긴 아빠의 글, 어찌보면 딸 본인보다도 더 긴장하고 계시는 아빠...부모라면 당연히 하고 계실만한 걱정과 불안감과 기대와 경제적 현실과 여러가지 것들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합니다. 부모님이나 저희 선생들이나 결국 진현이를 예고라는 문, 음대라는 문을 통과시키기 위해서 수많은 시간과 물질과 노력들을 지금 하고 있는중인데 부모님께서 생각하고 계셔야 할것은, 중간 중간 내보내는 콩쿨들은 진현이가 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경험과 과정이니까 그것들의 결과로 인해 마음의 흔들림이 없으셨음 한다는 것입니다. 이번대회는 진현이가 준대상을 받았지만 다음번엔 다시 최우수상은 받을수도 있고 대회에 따라서는 입상을 못할수도 있고...9월말의 계원예고 콩쿨이나 10월말의 삼익콩쿨들은 예선통과조차 상당히 어려운 대회입니다. 그걸 알고 있는 저희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현이를 대회에 계속 내보내는 이유는 알고 계시겠지만 진현이의 성장을 위해서 입니다. 대회를 통해서 좌절도 맛보고 승리의 기쁨도 맛보고 다른이들은 연주를 들으면서도 " 아~다른 친구들은 이곡을 이렇게도 연주하는구나. 저곡은 뭐지? 궁금한데? 아 저부분은 나랑 다르게 하네?...등등, 대회 하나하나 조차 다 경험이 되고 결국은 그것이 진현이 실력으로 쌓여지는 시간들이기 때문에 그 결과로만 모든것을 판단하지 않으시기를 바랍니다. 분명히 부모님도 인지하시고 저희도 진현이의 소리나 그 크기 정도를 다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그단점들을 보완하고 향상 시키기 위해서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니까 조금더 기다리시고 인내하셔야 할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분명히 더 앞으로 나아가 있는 진현이를 보실수 있을테니까 걱정과 염려는 조금만 하시고 격려 많이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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