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모음/우리가족 58

트리안의 열매가 우리집에 생겼어요.

대략 1년전 겨울, 화분을 하나 샀었다. 트리안이라는 다년생 식물로써 작은 잎사귀가 풍성하게 그리고 담쟁이 처럼 좌악좌악 늘어지는 녀석이다. 원래는 사무실에서 길러보려고 산 것이었는데, 잘 못 자라는 것 같아서, 집으로 가져와서 그 동안 자라고 있던 트리안이었다. 사실, 집에서 자라는 동안에도 그다지 건강하게 자라지는 못했다. 우리집의 환경이 그렇게 좋지 않은 것이었을 까나? 그런데 어느 날, 꽃이 피었다. 아주 작고 앙증맞은 하얀 색 계통의 꽃이었다. 오! 우리집에서 꽃도 피울 수 있구나! 하고 감탄을 했었는데, 시간이 좀 지나고 인식을 하지 못했었는데, 어느 날 뭔가 하얀게 보이기에 자세히 살펴보았더니, 무슨 물주머니 같은 것이 군데군데 달려 있었다. 아주 탱탱하게 물을 머금은 그 몽오리의 끝에는 까..

지저분한 우리집?

평소에 이러한 모습의 거실은 볼 수 없었는데, 이 날은 이것저것 참 많이도 하고 그걸 그대로 벌려 놓은 채, 이웃 처제네 집으로 부리나케 나가느라 청소를 하지 않았더니, 현관에서 보이는 모습이 가관이었다. 그래서 한 장 찰칵! 나도 그렇지만 특히 아내는 더 정리정돈을 좋아(?)하는터라 예전 같으면 이런 모습을 용납하지 못했을 텐데, 세월이 흐르다보니 둘 다 약간씩 무뎌졌나 보다. 다같이 기타치며 노래 부르다가, 둘째와 아빠는 그림도 그렸고, 첫째는 뜨개질 엄마는 책읽기, 춥다고 무릎 담요 등등, 거실 여기저기에 우리 가족의 흔적들이 보인다. 지저분하지만 따뜻한 느낌이 든다. 역시 우리집이 최고다!!

눈오는 날 가족들과 함께한 와인을 곁들인 저녁 상

그저께 오후에 눈이 많이 내리기 시작했었습니다. 퇴근을 하는 도중에 아내의 전화를 받았지요. 와인을 한병 사오라고요. 값싸고 드라이하고 맛있는 걸로... ㅠㅠ. 순서대로 우선 순위랍니다. 마트에서 어찌 어찌 골라서 한병을 사가지고 집에 갔지요. 오오, 이미 저녁이 모두 차려져 있었습니다. 와인을 놓는 것으로 화룡점정이 되더군요. 그래서 한 컷! 오늘의 주 메뉴는 김치김말이 입니다. 좀 생소하죠? 그냥 월남쌈처럼 김을 깔고 그 위에 김치랑 기타 여러가지 재료를 조금씩 넣어서 먹는 우리집만의 음식입니다. 우리 전통 음식인 구절판하고도 비슷하군요. 와인은 프랑스산 쁘띠 비스트토 (Petit Bistro) 라는 쉬라(Syrah) 품종입니다. 드라이하면서 강한 맛을 줍니다. 아주 만족스러운 와인 이었죠. 마트에서..

한 해를 정리하며, 온 가족이 밤참을 즐겼지요.

제야의 종소리를 기다리고 있었건만, 가족 모두의 뱃속에 궁금함이 몰려 왔다. 라면을 끓이고, 호빵을 찌고... 시원하게 맥주를 마시고 싶었으나 맥주가 없는 관계로, 묵혀 둔 21년산 위스키를 꺼내어 조금 따라 놓았다. 뭔가 하나도 어울리지 않는 밤참이다. "라면+호빵?", "위스키+호빵?", "라면+위스키?" ㅠ.ㅠ 그래도 아이들은 즐겁게 라면과 호빵을 먹었고, 아내도 라면 조금, 그리고 난 위스키까지 얼큰하게 마셨더니, 나름 풍족한 밤참이 될 수 있었다. 참 많은 일이 있었고 유난히 힘들었던 2011년이 저물었다. 아~ 잘가라 2011년... 너 참 징했다... ㅠ.ㅠ.. 그래도.. 고마웠다.

화가를 꿈꾸는 우리 둘째 딸

뭐든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 부모들은 아이들을 많이 도와주고 싶어한다. 물질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하지만, 때론 그것이 쉽지 않아서 아이들의 능력이나 의지를 키워주지 못하는 아빠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어느 날 둘째 딸 진욱이가 학원에서 그린 것이라며 가져온 스케치북에서, 하나의 그림을 찍어 보았다. 그리곤 내 휴대전화의 잠금화면의 배경으로 사용했다. 흠... 아무리봐도 정말 '작품'으로 보인다. 모르는 사람들은 내 휴대전화의 이 그림을 보곤 유명 작가가 그린 것 아니냐고 착각을 하기도 한다. 역시 어떤 '틀'에 들어가서 명작처럼 전시되고 있으면 그 속의 작품도 명작이 되는 것 같다. ============== 아래는 제 휴대전화에 사용한 그림입니다. 아래는 원본 그림 전체입니다.

한달 동안 수고한 아빠

항상 월급을 받는 날이면 아내는 이런 말을 했었죠. "자기, 한달 동안 수고 많았어요. 내가 이 돈 잘 쓸께요." 며칠전 월급날 저녁에 퇴근하면서 우리 가족 외식을 하려고 했습니다. 그 날도 아내가 저를 보고 같은 말을 했습니다. "회사에서 한달 동안 수고 많았어요." 이 말을 듣고 있던 둘째 딸 진욱이가 화들짝 놀라더니 아빠에게 묻더군요. "아빠, 회사에서 짤린거야?" "허걱... ㅠ.ㅠ" 수고 많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이 회사에서 짤렸다는 의미라는 것을, 어딘가에서 들은 모양입니다. 딸의 입장에서는 아빠가 회사를 다니지 못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알고 있다보니 놀랐나 봅니다. 그래서 안심을 시킨다고 한 말이... "걱정하지마, 진욱아. 아빠가 회사를 그만 두면 그만 뒀지, 아마 짤리지는 ..

아이들이 많이 자라기는 했나 봅니다.

오늘은 월급날. 아이들이 햄버거가 먹고 싶다고 해서 패스트푸드점까지 들어갔다가, 엄마가 먹고 싶어하는 갈매기살에 선뜻 양보를 하더군요. 아이들의 생각이 점점 깊어져 가는 것 같습니다. 온가족이 맛있게 갈매기살과 부속고기를 먹고 나왔더니 날씨가 많이 추워졌더라고요. 그래서 아이들이 아빠 엄마의 옷을 뺏어 입기 시작했습니다. 첫째 진현이는 제 옷을, 둘째 진욱이는 엄마 옷을... 아빠 옷을 입은 진현이는 그야말로 '하의상실' 패션이었습니다. 그리고 엄마 옷을 입은 진욱이는 하나도 어색하지 않았지요. 엄마 옷이 너무 잘 맞습니다. ㅠㅠ. 아내가 날씬한 편이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결정적인건 진욱이가 많이 컸다는 점이죠. ㅋㅋ 하여간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많이 큰 우리 딸들이 참 기특합니다.

일요일 저녁, 찬밥과 남은 반찬으로 비빔밥을 써억써억~

뭘 먹을까 고민이 될 때에, 많이 후보에 오르는 메뉴죠. 비빔밥. 고추장과 참기름의 조화가 가장 매력적인 음식이지만, 역시 비빔밥의 묘미는 어떤 반찬들이 조합 되느냐 겠죠. 비빔밥을 먹으려하는 그 당시에, 집에 남아 있는 반찬이 무언가에 따라, 그날의 비빔밥은 그 맛이 좌우 됩니다. 뭘 해줘도 좋아하는 우리 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