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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에 된통 앓았습니다.

거의 죽다 살아났습니다. ㅠㅠ. 39도라는 고열에 시달린다는 것이, 이 정도 일 줄은 정말 몰랐네요. 밤새 환각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 했습니다. 아직도 남은 여진(?)이 있어서, 퉁퉁 부은 편도선도 아직 많이 아프고 기침도 싹 가시질 않았네요. 내일 출근은 어떻게든 할 수 있겠다만, 몸이 말이 아니네요. 나이가 마흔이 넘어가니 참 별의 별 생각이 다 듭니다. 젊을 때는 아무리 아파도 그저 이 시간이 지나면 말짱하게 낫겠거니 하는 생각 뿐이었는데, 이제는 이렇게 아프다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마저도 들더군요. 점점 몸에 대한, 건강에 대한 자신감이 약해져만 가니 걱정입니다. 사회 생활을 하며, 특히 직장생활을 하며 건강을 지키기 위한 활동들이 제약을 받고 있다는 것은, 단지 제 의지가 ..

글모음/넋두리 2012.06.17

대나무 물총 만들기

오늘의 주제는 대나무 물총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해 겨울 김장을 하러 처가집 삼척(정확히는 근덕)에 갔을 때, 버려진 대나무들이 많아서 그 중에 모양이 상하지 않고 단단한 녀석들 몇 개를 가지고 왔었죠. 그것을 오늘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한 쪽 마디를 잘라내고, 다른 쪽 마디 안쪽엔 작은 구멍을 내고, 긴 막대기에 천을 말아서 감고 노끈으로 단단히 고정시키는 방법으로 물총을 완성했습니다. 천을 대나무 직경에 알맞게 만드는 것이 생각보다 힘들더군요. 아이들이 전부 어려워 해서 그 부분은 아빠가 도움을 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고집 피우며 혼자하겠다고 꾿꾿이 만들던 첫째 진현이... 하여간 결국 세명 모두 물총을 완성했습니다. 이젠 그 물총으로 놀러 갈 시간... 근 처 개울에서 마냥 신나게 ..

개울가에 껑충 자라있는 풀들

집 근처에 개울이 하나 있습니다. 거의 10년 정도 자연친화적인 개울로 관리 되어와서 이제는 제법 생태계가 조성 되었습니다. 뱀 나옵니다. ㅋㅋ. 시멘트로 도배한 2MB의 청계천과는 비교 불가입니다. 하여간... 처제네 집에 가려고 그 개울을 건너가다가 보니 갈대라고 해야 할지 억세라고 해야 할지 어쨌든 그러한 종류의 풀이 높게 자라 있더군요. 일주일 전에도 지나다니면서 인지하지 못했었는데, 한 주 사이에 껑충 자랐나 봅니다. 아이들과 내기가 붙었습니다. 아이들은 아빠 키 정도 될 것 같다, 아빠는 너희들의 두 배는 될 것 같다, 그래서 아이들과 같이 개울로 뛰어 내려가 얼마나 큰지 직접 재어 보았습니다. 제가 이겼지요. 거의 3미터 정도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가까이서 보니 정말 엄청 나더군요. 이..

아이들과 나무 공작을 했습니다.

부모님이 살고 계신 춘천집 앞에는 큰 나무가 있어서, 나름 그 그늘을 통해 휴식의 공간을 만끽할 수 있었는데, 작년에 작은 교회가 들어오면서 한번 고비를 겪었다가 올해 초 드디어 그 나무가 정리에 들어 갔었습니다. 그래도 다행인건 모두 뽑아 버리지 않고 잔 가지와 굵은 가지들만 쳐내고 큰 줄기는 남겨 놓았다는 점입니다. 올해가 지나면 나름 새 가지와 잎들이 다시 나오겠지요. 그런데 아버지께서 그 잘라진 가지들을 모아두셨더군요. 그것을 보고 있다보니 예전에 첫째 진현이가 말했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나무를 깎아서 뭔가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그래서 잘라진 조각 하나를 삼등분을 해서 안양 집으로 가져왔습니다. 무엇을 만들어 볼까 아이들과 같이 고민을 하다가 '솟대'의 꼭데기에 올려져있는 새 모양의 조각을..

금낭화 파종을 위한 준비

춘천 부모님 집 뒷뜰에는 해마다 이맘때 쯤이면 금낭화가 흐드러지게 핀다. 이미 일찍 꽃이 지고 난 줄기에는 씨가 들어있는 꼬투리가 달려있었다. 한번 집에서 키워볼까 하고 그것들을 주섬주섬 챙겨서 집으로 가져왔다. 무턱대고 화분에 심으면 알아서 싹이나고 잘 자라서 꽃을 피울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인터넷을 찾아보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이 금낭화는 발아율도 낮고 꽃을 피우기 까지 쉽지 않다고들 한다. 그냥 포기할까 하다가 한번 도전해보기로 했다. 일반적으로 파종을 하면 겨울을 나고 휴면상태에서 씨앗이 깨어난 후에나 발아가 된다고 한다. 그렇게 봄가을을 지나고 어느 정도 줄기가 자란 후 그 다음 해가 되어야 꽃을 볼 수 있다고 하니 거의 2년이 걸리는 셈이다. 쉽지는 않아 보인다. 당연한 것일까나? 그래서 ..

새롭게 우리집 식구가 된 하얀 치자 꽃

지난 주말에 베란다의 화분들을 정리하였다. 솎을 건 솎고, 분갈이도 하고, 꽃집에서 두 가지 더 사가지고 왔다. 그 중에 하나인 '치자' 꽃이 피었다. 영문 학명으로 Gardenia Jasminoides라 불리우는 이 녀석은, 자스민이라는 이름이 포함되어 있듯이 아주 강한 향기를 뿜어내고 있다. 작은 장미처럼 생긴 모습에 하얗디 하얀 색의 꽃잎들은, 어찌보면 장미의 붉은 느낌보다 더 강렬함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꽃이 저물어 갈 때는 언제 내가 하얗던가 하는 듯이 노란색으로 변하는 특성을 보여준다. 아직도 꽃이 피지않은 봉우리들이 여닐곱개 정도 더 남아 있다. 차례차례 하얀 꽃을 피우며 싱그러운 향기를 우리집에 전해줄 것이 분명하다.

아이들이 아침을 차려주었다.

지난 토요일 아침, 엄마와 아빠는 아직 침대에서 잠을 못 깨고 있는 시간에 부엌이 매우 분주했다. 우리 두 딸들이 금요일 밤 잠들기 전에 토요일 아침을 차려보겠다고 들떴던 기억이 어슴프레 났다. 비몽사몽간에 거의 한 시간이 흐른 듯 했다. 이윽고 아이들이 엄마 아빠를 부른다. 오오~ 아침의 주제는 김치볶음밥. 밥도 새로 했다고 한다. 물도 잘 맞추었고. 버섯을 썰고 달걀 옷을 입혀서 지져 낸 반찬과, 두부도 지졌고, 전날에 먹었던 어묵도 데우고 김치찌개는 물만 조금 더 부어서 끓였다고 한다. 밑반찬은 오이 소바기와 김치... 아이들이 막상 직접 모든 것을 해보더니 이게 참 힘들고 어려운 일이구나 라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참 대견스런 녀석들이다. 아이들이 스스로도 참 좋아 합니다. 자세히 볼까요? 깡그리..

혜화동 대학로에서 연극을 보았다.

실로 십수년 만에 혜화동 대학로에 갔다. 아내와 연애를 하던 시절, 늘상 연인들의 필수 코스라고 할 수 있는 대학로였기에 통과의례로 갔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얘기하면 아내에게 혼나겠다. ㅋㅋ) 하여간 그곳에 다시 가게 된 이유는, 온 가족이 연극을 보기 위해서였다. 우투리 1.1이란 연극. 뜬금없이 연극을 보게된 이유는 고등학교 동창이 배우로 나오는 연극이었기 때문이다. 나름 주연급 (주연인가?) 배우로 출연을 하는 연극이라서 내 마음의 느낌도 좀 남달랐다. 십년넘게 한 우물을 파며 열심히 달리던 친구가 이젠 어엿하게 주연 배우로서 무대에 선다는 것에, 나로서도 매우 자랑스러웠기 때문이다. 그 친구는 고등학교 때부터 나이들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마흔 줄을 넘긴 우리 나이에 접어들어 십..

글모음/넋두리 2012.04.28

컵라면에는 왜 이런 모양의 어묵이...

점심에는 사과나 과일 하나로만 때우는 것이 벌써 몇 년 째 접어든 것 같다. 뭐, 여러 가지 이유로 시작한 것이지만 가장 큰 이유는 하루에 세 끼를 먹어야 할 이유가 없어서이다. 요새 사람들의 식습관은 워낙 영양과다라고 느껴져서... 하여간. 그런데, 얼마 전 회사 직원이 집에서 먹지 않는 컵라면들을 사무실의 생수통 옆에 가져다 놓았다. 물을 마시러 오가는 그 길목에서 나의 시선을 끌며 유혹하던 그 라면에게 못 이겨, 어느날 점심에 드디어 그 라면들 중의 하나를 열고 물을 부었다. 그날 점심으로 먹으려 했던 사과를 옆에 밀어놓고 떡하니 주인공의 자리에 앉은 라면... 잠시 후, 뚜껑을 열고 속을 들여다 보니 익숙한 모양의 어묵들이 눈에 띄었다. 색깔도 모양도 당연히 그래야 하는 듯 위풍당당하게 놓여져 있..

글모음/넋두리 2012.04.25

고등어? 등푸른 생선?

둘째 진욱이가 미술학원에서 그린 것이라며 거실 소파위에 스케치북을 펼쳐서 올려 놓았다. 멀리서 그걸 보았을 때 솔직히 조금 놀랬다. '진짜 그림?' 하고 말이다. 가까이 와서 자세히 보니 아이가 그린 그림이 맞았다. 실력이 천재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천재적인 아이들을 주위에서 좀 봐왔던 탓인지, 아직 진욱이는 그러한 반열에 든 실력은 물론 아니란 걸 알고 있다. 그래도... 둘째는 그림 그리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첫째가 음악적으로 소질이 있다는 것에 반(?)하여 둘째는 그런 언니에 질투라도 하듯이 미술적으로 소질이 좀 생기는 것 같다. 사실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소질을 보여주게 되는데, 문제는 부모가 그러한 소질을 어떻게 대해 주고 어떻게 생각해 주며 어떻게 북돋아 주는가..